
프롤로그
거창하게 한번 시작해봅니다. 저 역시 한계가 온 것입니다. 아날로그의 시대는 이미 벌써 오래전에 저 멀리 사라졌습니다. 음원의 시대, mp3, 손에 잡히지는 않지만, 분명히 어떤 다른 형태로 그곳에 존재하고 있고 역시나 다른 방식으로 같은 소리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완전한 컴퓨터, 디지털의 시대란 소립니다. 시커멓고 커다란 플라스틱 레코드판 혹은 조금 작아지고 반딱거리긴 하지만 여전히 플라스틱 쪼가리인 CD를 플레이어에 걸고 우아하게 플레이 버튼을 눌러 음악을 감상하던 시대는 이제 박물관의 밀랍인형들이 대신할 판입니다. 그냥 PC가 그토록 우아했던 오디오로 대체된 시대가 왔습니다. 컴퓨터=오디오시스템??
그런데 역시나 문제가 많습니다. 뭔가 시작하는 것들은 원래 문제로부터 시작합니다. 문제를 하나 둘 지워나가는 것이 시작이자 과정이자 결과라는 뜻이지요. 모든 것입니다. 일단 오디오의 생명인 사운드가 전의 아날로그 시스템보다 상당히 좋지 못합니다. 가장 중요하고도 커다란 난관에 봉착하지요. 다른 건 혁명이라고 불릴 만큼 혁신적이고 편리했습니다. 직접 발품을 팔아 음반을 사오지 않아도 되고 나중엔 자신의 방보다 더 큰 공간을 배짱 좋게 요구하는 물리적 공간도 전혀 필요치 않게 되었습니다. 여러모로 보나 경제적입니다.
당연히 대안을 모색합니다. 사운드카드, dac, 인티앰프, 북쉘프 스피커 이런 것들이 속속 만들어지고 쏟아지기 시작합니다. 그러니까 지금까지는 뭔가 반 정도만 진화한 상태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괴상한 괴물의 모습이죠. 머리는 이미 디지털의 어떤 새로운 형태이긴 한데 밑으로 내려갈수록 몸통과 꼬리 쪽은 아직도 아날로그의 그것을 갖다가 어설프게 붙여놓은 모습이라고 할 수 있지요. PC 따로, 사운드카드 따로, 앰프 따로, 스피커 따로, 이건 아직 인간의 의식과 생활이 발 빠른 기술의 진보에 맞추어 재깍재깍 따라가지 못해서 보여주는 모습일 수도 있습니다. 예전 아날로그 오디오 시스템의 모습을 버릇처럼 그대로 다시 재현하는 것이죠. 그래서인지 아직은 일체형의 어떤 시스템보다는 각각의 기기들의 조합이 더 좋은 성능을 보여주고 있는지도 모르고요.
그러나 모르긴 몰라도 앞으로는 비약적인 기술의 발달로 말미암아 이런 모든 것이 하나로 통합되지 않을까요? PC 하나로. 혹은 오디오-PC 하나로. 부품 하나하나를 자신의 입맛에 맞는 것으로 꾸미는 마니아적인 입장에서는 무진장 재미가 없는 세상이 되겠지만 언제나 그렇듯 마니아보다는 평범한 보통사람들이 훨씬 많은 법이니까요. 참고로 저 역시 마니아라면 마니아입니다. 그렇다는 이야기.
저 역시 음악을 좋아하기 때문에 오디오 시스템을 애지중지하며 잘 감상하고 있었죠. 그러나 이제는 대세가 되어버린 디지털 음원 덕분에 더는 불편해져 버린 오디오 시스템에서 자연스럽게 멀어지고 마침내 PC-FI의 광활한(?) 매트릭스로 진입합니다. 괜히 똥고집 부리다가 작년에서야 발을 들여 놓았는데 이 바닥도 벌써 1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코리아는 한 4-5년 전부터 유행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무튼, 이런 다 아는 이야기의 현재 진행형으로 VIVO라는 물건이 혜성(?)과 같이 지구라는 별의 어느 작디작은 한 나라 코리아에 도착하게 됩니다.
VIVO 전
VIVO는 사운드카드의 역할을 하는 dac과 인티앰프를 합쳐놓은 물건입니다. 말하자면 미래의 시스템으로 가는 하이브리드한 물건이죠. 두 개의 길을 하나로 만들어놓은 겁니다. 어쨌든 각각의 하나의 길만을 생각하고 있었던 다른 인간들은 긴장해야 하는 상황이 온 것이죠.
개인적으로 VIVO를 들이기 전에 가장 저렴한 시스템을 한번 꾸려봤었습니다. 전 비싼 것 싫어합니다. 돈이 없어서라기보다는 그냥 그런 것은 재수가 없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환멸이 시도때도없이 느껴지는 추악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말이지요. 참고로 전 락과 메탈 음악 마니아입니다. 거의 이 장르의 음악만을 듣고 튜닝 또한 어떻게 하면 락과 메탈이라는 사운드를 맛깔 나게 하느냐에 목숨을 겁니다.
내장형 사운드카드(프로디지 HD2 ADVANCE DE)+인티앰프(사가 SA-20 PSD)+북쉘프 스피커(캠브리지오디오 NEW S30)
상당히 놀랐고 더불어 만족해했던 조합이었습니다. 그러다가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opamp까지 도전했습니다.
프로디지 (lme49720NA+opa2228p+opa2228p)
사가 (ad827jn+opa627bp)
이 오피앰프의 프로디지 조합은 오리지널보다 눈에 띄게 좋습니다. 우선 opa2228p의 밀도 있고 두터운 음역이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opa2134pa의 저음, opa2604ap의 고음이라고 하는데 뭔가 하나씩 맘에 들지 않았습니다. 둘 다 밀도가 부족하고 2134는 2134대로 2064는 2064대로 뭔가 하나는 빠진듯한 얄팍한 소리입니다. 물론 두터운 2228이 락 메탈 이외의 다른 사운드에서는 어쩌면 약점으로 작용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락 메탈의 박진감 넘치고 꽉 찬 사운드에는 발군입니다. 드라이하면서 쫀득쫀득 쪼이는 그 맛.
사가 앰프에는 그토록 유명하고 더불어 재수 없게도 비싼 opa627bp를 한번 구입해서 넣어봤습니다. 역시 그놈의 호기심이 화근이었죠. 결과는 만족할 만하더군요. 627bp는 한마디로 막강한 돈샤리 음장, 즉 흔히 말하는 V자 이퀄의 음색을 만들어줍니다. 저음은 더욱 저음답게 고음은 더욱 찰랑거리게 이 둘이 합쳐지면서 음장은 더욱 화려해지고 넓어집니다. 아시겠지만 이런 V자 음색은 락 메탈에 더욱 찰떡궁합입니다.
그리고 주목해야 할 오피앰프는 바로 ad827jn입니다. 이놈은 상당히 특이한 놈입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음을 입체적으로 만들어주는 능력이 발군입니다. 칼 같은 해상력, 저 밑까지 울리는 저음 같은 특성은 부족하지만, 다분히 노말라이저한 튜닝에 입체-음장감을 부여하고 음의 끝을 살짝 다듬어서 어쩌면 너무나도 디지털적인 이런 음색들을 조금은 아날로그적으로 다듬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러니까 뭔가 쨍쨍한 627bp와 입체적이며 아날로그틱한 827jn의 조합은 그야말로 환상적입니다.
그리고 VIVO
그러다가 또 이놈의 호기심 덕분에 VIVO가 나의 가슴속으로 들어옵니다. 일단 VIVO의 첫 느낌은 높은 해상도입니다. 사운드가 전체적으로 찰랑찰랑 깔끔하게 들립니다. 당연히 비교 대상은 앞에 써봤던 사가 앰프와 예전의 오디오시스템 그리고 그런 오디오시스템에서 떼어낸 중고틱한 대형 앰프들입니다. 잠깐 이런 중고 대형 앰프들을 PC에 물려 써보기도 했는데 결과는 대실망이었습니다. 뭔가 PC와는 맞지 않는 느낌이었습니다. 물론 시원시원한 출력과 박력이 느껴지긴 했지만 뭔가 탁하고 디지털 음원과는 맞지 않는 어정쩡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기계들도 뭔가 궁합 같은 것이 있는 것 같습니다. 더불어 알다시피 그 무엇보다 이놈들은 컴팩트해져만 가는 첨단의 시대에 전혀 맞지 않게도 대단한 덩치와 무게를 자랑합니다. 그냥 짜증 납니다. 말할 수도 없고 말하지도 못하게 성능이 뛰어나서 오줌을 질질 싸게 만들지 않는 한 별 추천하고 싶지 않은 놈들입니다.

VIVO 디자인
VIVO의 크기는 예상했던 것보다 좀 더 컸습니다. 화면에서 보면 상당히 컴팩트해 보이는데 크기는 사가 앰프와 대동소이했습니다. VIVO를 살짝 돌려 가로로 놓으면 사가 앰프의 크기와 같아집니다. 그러니까 VIVO는 깊이가 좀 더 길고 사가 앰프는 옆으로 긴 형태입니다. 그러나 묵직한 블랙의 코팅과 겉면의 특이한 줄무늬는 디자인적으로 멋스러움을 전해줍니다. 전면의 스위치는 무슨 2차 대전 후에 단종된듯한 클래식한 스위치입니다. 어설픈 플라스틱 푸시버튼 보다는 그 멋스러움이 훨씬 좋습니다. 한마디로 말해 디자인은 빈티지하고 클래식함이 좔좔 넘치는 레트로 스타일입니다. 아마 2차대전 중 쓰인 어떤 작은 무전기 디자인 같습니다.
이제는 살짝 뒤집어서 밑면을 봅니다. 우려했던 일이 여지없이 벌어졌습니다. 바로 고무발 사건? 뭔가 대충 오늘만 수습한다는 오대수 마인드로 네 개의 고무발이 성능이 별로인듯한 양면테이프를 붙들고 가까스로 붙어 있습니다. 몇몇 분들이 말씀하신 대로 전기를 먹이고 가열? 시키고 나서 다시 봤더니 제각각 춤을 추며 떨어질 태세입니다. 솔직히 이건 앰프의 성능과는 전혀 무관한 별문제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원래 문제는 이토록 사소한 것에서부터 출발합니다. 그럼 앰프의 성능과 무관하니까, 겉면에 철판을 블랙으로 코팅하지 말고 쇳덩어리 느낌 그대로 놔두지 뭐. 그럼 앰프의 성능과 무관하니까, 겉면의 케이스는 아예 없애버리지 뭐. 그럼 앰프의 성능과 무관하니까, 멋스러운 스위치를 문방구에서 파는 십 원짜리 플라스틱으로 하지 뭐. 그럼 앰프의 성능과 무관하니까, 전면에 VIVO라는 로고도 넣지 말지 뭐. 이렇다면 지금의 가격으로 이 물건을 팔 수 있을까요? 또 살까요? 좀 과장했지만 이런 식으로 가면 끝이 없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아무튼, 앰프의 성능과 무관한 바로 그 고무발은 살짝 떼어내서 손가락으로 테이프를 걷어내고 순간접착제로 다시 붙이면 됩니다.
이어서 역시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동시에 오피앰프도 한번 테스트해봐야 하기 때문에 배를 따보기 시작합니다. 옷! 이것은 놀라운 간편함입니다. 배를 따려면 바닥의 중앙에 있는 나사 하나만 풀면 됩니다. 무진장 간단합니다. 사가 앰프나 다른 앰프들의 배를 딸 때는 적어도 4-5개 이상의 나사를 풀고 자빠져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고무발로 실추된 명예가 이상한 곳에서 금세 회복됩니다.
배를 따고 알게 됩니다. VIVO가 다른 앰프들과 비교해서 가장 유니크한 물건이라는 바로 그 사실. 뭐 회로, 설계, 부품 이런 걸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전 이런 거 솔직히 잘 모릅니다. 저 문과예요. 특이하게도 VIVO는 배속 내장 즉, 기판과 부품들이 지구의 중력을 거스르는 방식(?)으로 천장에 달렸다는 놀라운 사실입니다. 전부터 사진으로 볼 때 약간 이상하다고 생각은 했었는데 정말 그렇더군요. 그러니까 VIVO를 정상적으로 놓고 사용할 때 다른 기기들 같으면 바닥면에 기판이 깔리고 위에 촘촘히 부품들이 달렸을 텐데 VIVO는 이것이 180도 회전해서 거꾸로 천장에 매달려 있는 것이지요. 처음엔 중력의 영향으로 이러다가 부품이 밑으로 하나 둘 떨어지는 건 아닐까 쓸데없는 걱정이 잠시 스치고 지나갔지만 그렇지는 않을듯하고 오히려 먼지가 기판 위로 쌓이지 않는 것이 참,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머리 좋은데! 하는 생각이 역시 또 스치고 지나갔죠. 그래서 VIVO 윗면이 아니라 밑에 통풍구가 있는 것이고요. 먼지야 안녕~
VIVO 사운드
그건 그렇고, 가장 중요한 사운드. 말했다시피 전 락과 메탈만을 즐겨 듣습니다. VIVO의 사운드는 깔끔하고 높은 해상력을 바탕에 두고 모르긴 몰라도 지극히 노말한, 발란스한, 모니터링적인 방향으로 튜닝이 되어 있습니다. 좋게 말하면 무난한 거고, 좋지 않게 말하면 심심한 거죠. 특히나 박력을 중시하는 저로서는 말이죠. 그래서 버릇처럼 VIVO의 전면에 손을 가져가서 BASS를 올리려고 합니다. 헉! 아뿔싸! BASS 조절 다이얼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TREBLE 조절 다이얼도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정말 아쉬운 부분입니다. 이 좋은 기기에 옥에 티처럼 BASS, TREBLE 즉, 이큐를 조절하는 기능이 없습니다. 물론 이건 PC 상의 소프트웨어로 조절 가능합니다. 그러나 기기 자체에서 보여주는 효과보다는 밋밋한 건 사실입니다. 옆에 보니 HIGH, LOW 게인 조절 스위치가 있는데 이것보다는 청자가 듣는 음악의 장르 혹은 취향에 맞도록 이큐 조절 기능이 더 효과적인 줄 아뢰오!

VIVO+opamp
다른 분들은 이번 MK2 버전이 저음이 좋아졌다고들 하는데 전 그 말에 동의하기가 어렵습니다. 저역, 약합니다. 역시나 물론 락 메탈 장르에 한해서 말이죠. 고역은 나무랄 데 없습니다. 그렇기에 취향에 맞는 오피앰프 그러니까 내 귀에 오피앰프인 627bp와 827jn을 다시 소환할 필요성을 느낍니다. 이렇게 자신의 취향에 어울리는 오피를 한번 알아두면 편리합니다. 기기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그 음색을 다시 맛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배를 딴 김에 눈에 보이는 몇 가지 오피앰프를 조합해봅니다. VIVO MK2 버전에는 초단1-op275 초단2-ne5532n USB단-ne5532n 이렇게 3개의 오피앰프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USB단은 일단 놔두고(이유가 있습니다. 밑에서 이야기할게요) 초단 두 곳에 627bp와 827jn을 조합하기 전 627bp를 초단1에 원래 초단1에 있던 op275를 초단2에 조합해봤습니다. 고음이 너무 강해지고 경질적인 소리가 나더군요. 원래 튜닝 되어 있던 op275는 깔끔, 투명한 고음 성향의 오피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초단1-627bp+초단2-ne5532n의 조합. 나쁘지 않습니다. 역시 627bp가 저음을 끌어올려 줍니다. 그런데 뭔가 심심합니다. 마지막. 초단1-627bp+초단2-827jn의 조합. 가장 좋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제가 원하던 바로 그런 음을 들려줍니다. 627의 저음, 고음의 쨍쨍하고도 풍성함+827의 입체음장감, 음 끝을 정리=제가 좋아하는 그라도 헤드폰에 흡사한 음색입니다.
만족하게 듣고 있는데 괜히 궁금증이 도집니다. 어쩌다 가지고 있던 opa2134pa와 opa2604ap까지도 요리조리 조합해서 한번 들어보고 싶더군요. 삽질 시작! 초단1-627bp+초단2-2134=이 2134란 놈은 언뜻 들으면 저 낮은 곳의 저음을 쿵~ 하고 울려주는 듯 보이는데 좀 더 자세히 듣고 있자면 그 음색이 사짜 같게 느껴집니다. 전체적으로 발란스도 해치면서 고급스럽지 못한 겉만 저음 같은 저음을 만듭니다. 속이 좀 허한 저음이랄까요. 패스~ 다음 타자! 초단1-627bp+초단2-2604=언뜻 깔끔, 청명, 매력적으로 들립니다. 그런데 또 이 2604란 놈은 꼽았다 하면 (거짓말 적당히 보태서)모든 락 메탈 음악을 발라드로 만들어버립니다. 야들야들한 가는 고음을 뿜어주고 음 끝들도 정리 정돈을 잘해주는 것까진 좋은데 이상하게 모든 사운드를 맥아리가 없게 만들어버립니다. 너무 부드럽게 풀어주는 듯해요. 그래서 역시 결론은 다시 원점. 그 탱탱한 사운드, 초단1-627bp+초단2-827jn.
VIVO의 dac
그리고 VIVO의 dac. 제가 다른 dac을 써보지 않아서 그런 비교는 말하기가 곤란하고 원래 가지고 있던 프로디지 HD2 ADVANCE DE 내장 사운드카드와 비교를 해본다면 거의 비슷한 수준입니다. 프로디지 사운드카드는 굉장한 만족감을 느끼며 사용하던 물건입니다. 노이즈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품질, 해상력 높은 쨍한 사운드, 한 가지 아쉬운 저음 부분은 앞서 말했다시피 2228 오피앰프의 교체로 거의 만족하는 수준이었고요. 그래서 VIVO의 dac과 프로디지 사운드카드의 비교는 무척 궁금하기도 했죠. 결론부터 말하자면 간발의 차이로 프로디지가 승리입니다. 튜닝한 2228 오피앰프의 영향인 것도 같아서 VIVO의 USB단에 2228을 넣어봤지만 프로디지 사운드카드에 넣었을 때와는 다릅니다. 너무 음들이 뭉친다고 할까요. 아마 이렇게 되면 VIVO 안에서 몽땅 이루어지기 때문인 것 같아요.
역시 궁금해서, 잘 꽂혀 있다가 괜히 청천벽력을 맞은 것처럼 뽑혀나온 op275도 USB단에 살짝 꼽아봤습니다. 역시 이 오피는 고음에 고음을 더하는 섬세한 성향입니다. 고음부분이 너무 경질적으로 들립니다. 그러면 2134나 2604는 또 어떨까요? 사람은 역시 경험에서 배움을 얻는다란 진리(?)와 절대 본성은 변하지 않는다는 진리(?)가 합체하여 역시 위에서 했던 말들과 같게 그렇게 나옵니다. 세상은 참 어떤 면에선 단순하기도 해요. 좀 탁하고 별 특징도 없긴 하지만 발란스가 좋은, 원래 있었던 ne5532n이 가장 이상적인 것 같군요. 별 능력 없고 특징이 없다 해도 살아남는데 전혀 지장이 없다는 또 하나의 진리(?)를 깨닫는 순간입니다. 역시 세상 모든 것엔 배울 점이 있군요. 손톱만 한 오피앰프라도 말이지요.
그리고 VIVO dac은 프로디지에 비해 몇 가지 단점들이 또 존재합니다. 윈도우 상에서 24비트, 192khz가 지원되지 않습니다. 굉장히 미묘한 차이지만 비트 수와 헤르츠 수가 높을수록 음들이 약간은 부드럽고 자연스러워지는 느낌입니다. 더불어 foobar output의 WASAPI를 사용할 시에 음원 로딩에 딜레이 현상이 있습니다. 물론 프로디지에서는 이런 현상이 없습니다.

캠브리지오디오 NEW S30
마지막으로 스피커에 대해 한마디. 비싸고 좋은 스피커 많습니다. 싸고 좋은 스피커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캠브리지오디오 NEW S30입니다. 많은 분이 가성비 좋다고 추천하는 물건 중의 하나입니다. 보통 클래식이나 조용한 음악에 강점을 보인다고 하지만 저는 생각이 다릅니다. 락이나 메탈에는 클립쉬나 최소한 아톰 v6 정도를 다들 좋다고 하시는데 S30만의 커다란 강점이 있습니다. 그게 무엇이냐? 그건 바로 신기한 음장감입니다. 클립쉬나 아톰 v6 같은 경우 사운드가 박력이 넘치고 개방감 있게 마구 쏟아져나옵니다. (그래서 책상 앞 니어필드에서는 좀 부담스럽습니다.) 더군다나 클립쉬 같은 경우는 고음의 명료함이 상당히 매력적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없지 않아 평면적인 사운드를 만들어냅니다. 이 순간 S30의 묘한 음장감이 빛을 발하기 시작합니다. 마치 음들이 살아있는 듯이 붕 떠서 한번 뒤로 돌아 옆으로 꺾은 다음 조금 떨어져서 들려오는 느낌입니다. 사실 락과 메탈을 감상할 때 박력 있는 사운드만을 생각하기 쉬운데 이런 음장감이 더해지면 더욱 미묘한 흥을 더 할 수 있어 좋습니다. 값이 좀 더 싸고 어쩐지 몰라도 음의 깊이나 박력은 좀 떨어져도 이런 특성 때문에 전 S30을 사용한답니다.
에필로그
그러나 끝으로 알아둬야 할 게 있습니다. 사가 앰프를 쓰다가 이번에 VIVO로 바꿔본 것도 그렇고 오피앰프를 생돈 주고 사다가 이리저리 삽질해보는 것도 그렇고 말하자면, 허탈하게도, 그리 커다란 변화는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미묘한 변화, 혹은 그것보다는 조금 더한 변화. 모든 건 호기심 때문이긴 하지만(그러나 또 이거 충족시키지 못하면 누구는 병납니다) 사실 여러 면에서 '조금씩' 떨어지는 사가 앰프 또한 쓸만한 물건이었다는 사실을 VIVO 덕분에 새삼 다시 한 번 느낍니다. 프로디지 사운드카드도 역시 말이죠. 아이러니하면서도 어쩌면 당연한 결과. 그러니까 진보는 아주 조금씩 이루어지며 절대 성급하게 지랄을 해댈 게 아니라는 것. 혹은 당신은 지금 당신의 곁에 있는 무엇을 사랑하고 계시나요? 혹시 고마움을 잊고 사는 건 아니신가효??





덧글
금굼 2011/09/24 03:04 # 삭제 답글
좋은리뷰다...
공락조 2012/03/31 14:12 #
감사.
과객 2012/03/31 07:45 # 삭제 답글
굿^^
공락조 2012/03/31 14:13 #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