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까운 미래. 에스에프 영화. 독일 영화. 처음 세상이 끝장난 배경에서 시작하는 묵시록의 영화인 '더 로드'에서 시작해 촌동네 가족의 인간 사냥 호러 '텍사스 전기톱 학살'로 끝나는 영화. 한마디 더 붙이자면 에스에프 영화라고는 했지만, 무척이나 경제적이고 영리한 영화. 에스에프 영화는 엄청난 컴퓨터 그래픽과 물량공세가 다라고 생각하는 그 어디의 그 누군가의 영화와 비교되는 영화. 에스에프 영화는 엄청난 컴퓨터 그래픽과 물량공세가 다라고 생각하는 그 어디의 그 누군가의 영화를 따라쟁이처럼 따라 하고 싶지만 원래 엄청난 컴퓨터 그래픽도 없고 더군다나 물량공세는 꿈만 같은 그 어디의 그 누군가의 영화와 비교되는 영화.
그렇다고 이 영화가 위대한 작품이라거나 오줌을 질질 쌀 정도로 재미가 있다는 소리는 아니다. 말했듯이 경제적으로 심플한 소품의 작품이다. 어쩌면 영화처럼 가까운 미래에 이런 상황이 실제로 닥쳐올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괜히 글 잘 쓰고 영화에 관해서는 깊은 안목과 식견을 가진 어떤 블로그에 들어가서 외롭고 상처받은 자신의 영혼을 헐값에 파는 행위를 하고 자빠져 있지 말고 좀 더 넓게 세상에 관해 생각 좀 하고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을 가지라고 넌지시 권유하는 영화.
그런데 한가지 의구심이 든다. 전형적인 에스에프 묵시록 코드에서 바싹 마른 나뭇잎과도 같은 호러 코드로 방향을 선회한 것일까? 태양 때문인가? 태양은 나뭇잎을 바싹 마르게 한다. 세상이 끝장나면 어찌 되었든 인간세상의 원시가 다시 도래한다는 것인가? 생각해보니 괜한 의구심이었다. 에스에프 묵시록 영화는 원래 호러영화였던 것이다. 그것을 이 영화는 모든 것의 출발인 가족-호러라는 것에서 그려본다. 텍사스 전기톱 학살은 원래 가족-호러다.
영리한 출발. 무슨 미래 에스에프 영화라고 하면 으레 당연하다는 듯이 모든 세상엔 어둠이 도래하고 주책 맞게 분위기 파악 못하고(아니, 잘한 건가?) 비는 또 주룩주룩 내린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 영화는 이것이 못마땅했던지 그냥 작정하고 명도를 올리고 올려 눈이 부셔 차마 쳐다보지 못할 정도로 밝은, 그래서 망가진 세상을 보여준다. 태양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세상을 망친다고 생각했던 어둠 혹은 어둠 속에서 꼬물락 거리는 세력과 가치들이 세상을 절단내는 게 아니라 바로 밝음, 자랑스럽게 세상의 중심에서 태양처럼 빛나던 가치와 세력들이 세상을 절단냈다는 어떤 비평가의 이 뛰어난 통찰.
이런 세상에 혈혈단신 남은 언니와 동생이 등장한다. 이후로 이들이 겪는 호러 모험담이 영화의 주된 내용이다. 어찌 되었든 이 언니와 동생은 힘이 약한(?) 여성이므로 남성이 필요하다. 내가 그렇다고 지금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가 말하고 있다. 남자가 필요해! 겁이 많고 힘이 약하고 흡사 코리안 방송 프로그램과도 같은 이런 개서바이벌 상황에서는 자기 자신도 추스르지 못하는 여성-인간이라고 생각해서 남자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인간들도 있긴 하겠지만 내가 보기엔 이건 지금 가족-만들기라는 것을 풍자하고 있다. 그러니까 이 영화의 속마음은 그 누구도 피해갈 수 없고 바로 이것 때문에 하루에도 열두 번씩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 현재 전 지구적 절대 가치인 가족-가정-집 만들기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다.
어디서 만났는지 처음부터 이들과 동행하는 남자-아저씨는 흡사 이 그룹의 가장 같다. 차를 운전하고 험한 일은 도맡아 하고 이것을 보상이라도 받아야 한다는 양 이 언니와 동생에게 막 명령하고 그런다. 마치 당신 집안의 어떤 인물 같지 않은가? 여기서 동생은 그냥 보이는 대로 언니의 동생이자 이 작은 가족의 자식 역할을 하고 있다. 엄마는 마음에 드는지 안 드는지 자기 자신도 긴가민가한 이 자식이 자신의 자식을 위해 필요하긴 한데 또 자식은 이 자식을 대놓고 미워한다. 자식 자식 해서 미안하지만, 이 자식-동생-딸이 영화의 핵심이다.
위태한 이 가족에 새로운 남자-아버지가 끼어들며 심화학습은 또 시작된다. 처음엔 아버지가 되기엔 별로 건전하지 못한 모습으로 등장은 하지만 이 아버지는 전 아버지와는 뭔가 다르다. 누구처럼 명령하지도 않고 자식에게 다정하고 그야말로 가족 전체를 진심으로 위하고 생각한다. 영화는 정확히 이런 이 두 아버지를 비교 대조하며 보여준다. 그러다가 이 가족은 또 다른 가족을 만나 죽을 고생을 시작한다.
또 다른 이 가족은 가만 보니 아버지가 없는듯하다. 한마디로 텍사스 전기톱 학살에 나오는 엽기 잔혹 가족이다. 어머니의 명령하에 아들들은 인간들을 납치, 강간, 사육, 심지어 맛있게 먹기까지 하나보다. 이해는 할 수 있다. 지금 세상이 세상 같지도 않은 코리안 세상 같긴 하니까. 이들이 등장한 이유는 지금 우리 주인공 가족을 시험에 들게 하기 위해서이다. 그럼 이제 그 시험의 결론은 어떻게 될까? 명령만 하던 병신같은 아버지는 더욱 병신같은 하지만 무서운 가족에게 도살장에 끌려온 돼지처럼 끝장이 나고 사려 깊은 새 아버지와 이토록 끔찍한 악몽을 탈주한다. 영화의 핵심이자 슈크림, 앙꼬인 자식-동생-딸은 죽을 고비를 넘기고 무사히 살아남아 엄마 품에 안긴다. 그렇다고 모든 것이 해결된 것은 아니다. 세상은 아직 이 모양 이 꼴이다. 이제부터 또 시작이다. 그들은 먹을 물을 찾아 다시 길을 떠난다.
나를 통해 영화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그렇다고 내 생각과 백 퍼센트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말하자면 영화의 결론 써머리 혹은 키포인트 혹은 밑줄 쫙.
1. 가족은 남자를 그러니까 아버지를 잘 만나야 한다.
2. 결손 가족은 엽기 잔혹 가족이 될 확률이 높다.
3. 그래도 어찌 되었든 가족은 필요하다. 유사-가족이라 할지라도.
4. 이 모든 것이 필요한 이유는 자식-인간의 미래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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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 Hell,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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