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락조 블로그


묵시록의 중심에서 가족을 외치다 호시테




가까운 미래. 에스에프 영화. 독일 영화. 처음 세상이 끝장난 배경에서 시작하는 묵시록의 영화인 '더 로드'에서 시작해 촌동네 가족의 인간 사냥 호러 '텍사스 전기톱 학살'로 끝나는 영화. 한마디 더 붙이자면 에스에프 영화라고는 했지만, 무척이나 경제적이고 영리한 영화. 에스에프 영화는 엄청난 컴퓨터 그래픽과 물량공세가 다라고 생각하는 그 어디의 그 누군가의 영화와 비교되는 영화. 에스에프 영화는 엄청난 컴퓨터 그래픽과 물량공세가 다라고 생각하는 그 어디의 그 누군가의 영화를 따라쟁이처럼 따라 하고 싶지만 원래 엄청난 컴퓨터 그래픽도 없고 더군다나 물량공세는 꿈만 같은 그 어디의 그 누군가의 영화와 비교되는 영화.

그렇다고 이 영화가 위대한 작품이라거나 오줌을 질질 쌀 정도로 재미가 있다는 소리는 아니다. 말했듯이 경제적으로 심플한 소품의 작품이다. 어쩌면 영화처럼 가까운 미래에 이런 상황이 실제로 닥쳐올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괜히 글 잘 쓰고 영화에 관해서는 깊은 안목과 식견을 가진 어떤 블로그에 들어가서 외롭고 상처받은 자신의 영혼을 헐값에 파는 행위를 하고 자빠져 있지 말고 좀 더 넓게 세상에 관해 생각 좀 하고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을 가지라고 넌지시 권유하는 영화.

그런데 한가지 의구심이 든다. 전형적인 에스에프 묵시록 코드에서 바싹 마른 나뭇잎과도 같은 호러 코드로 방향을 선회한 것일까? 태양 때문인가? 태양은 나뭇잎을 바싹 마르게 한다. 세상이 끝장나면 어찌 되었든 인간세상의 원시가 다시 도래한다는 것인가? 생각해보니 괜한 의구심이었다. 에스에프 묵시록 영화는 원래 호러영화였던 것이다. 그것을 이 영화는 모든 것의 출발인 가족-호러라는 것에서 그려본다. 텍사스 전기톱 학살은 원래 가족-호러다.

영리한 출발. 무슨 미래 에스에프 영화라고 하면 으레 당연하다는 듯이 모든 세상엔 어둠이 도래하고 주책 맞게 분위기 파악 못하고(아니, 잘한 건가?) 비는 또 주룩주룩 내린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 영화는 이것이 못마땅했던지 그냥 작정하고 명도를 올리고 올려 눈이 부셔 차마 쳐다보지 못할 정도로 밝은, 그래서 망가진 세상을 보여준다. 태양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세상을 망친다고 생각했던 어둠 혹은 어둠 속에서 꼬물락 거리는 세력과 가치들이 세상을 절단내는 게 아니라 바로 밝음, 자랑스럽게 세상의 중심에서 태양처럼 빛나던 가치와 세력들이 세상을 절단냈다는 어떤 비평가의 이 뛰어난 통찰.

이런 세상에 혈혈단신 남은 언니와 동생이 등장한다. 이후로 이들이 겪는 호러 모험담이 영화의 주된 내용이다. 어찌 되었든 이 언니와 동생은 힘이 약한(?) 여성이므로 남성이 필요하다. 내가 그렇다고 지금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가 말하고 있다. 남자가 필요해! 겁이 많고 힘이 약하고 흡사 코리안 방송 프로그램과도 같은 이런 개서바이벌 상황에서는 자기 자신도 추스르지 못하는 여성-인간이라고 생각해서 남자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인간들도 있긴 하겠지만 내가 보기엔 이건 지금 가족-만들기라는 것을 풍자하고 있다. 그러니까 이 영화의 속마음은 그 누구도 피해갈 수 없고 바로 이것 때문에 하루에도 열두 번씩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 현재 전 지구적 절대 가치인 가족-가정-집 만들기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다.

어디서 만났는지 처음부터 이들과 동행하는 남자-아저씨는 흡사 이 그룹의 가장 같다. 차를 운전하고 험한 일은 도맡아 하고 이것을 보상이라도 받아야 한다는 양 이 언니와 동생에게 막 명령하고 그런다. 마치 당신 집안의 어떤 인물 같지 않은가? 여기서 동생은 그냥 보이는 대로 언니의 동생이자 이 작은 가족의 자식 역할을 하고 있다. 엄마는 마음에 드는지 안 드는지 자기 자신도 긴가민가한 이 자식이 자신의 자식을 위해 필요하긴 한데 또 자식은 이 자식을 대놓고 미워한다. 자식 자식 해서 미안하지만, 이 자식-동생-딸이 영화의 핵심이다.

위태한 이 가족에 새로운 남자-아버지가 끼어들며 심화학습은 또 시작된다. 처음엔 아버지가 되기엔 별로 건전하지 못한 모습으로 등장은 하지만 이 아버지는 전 아버지와는 뭔가 다르다. 누구처럼 명령하지도 않고 자식에게 다정하고 그야말로 가족 전체를 진심으로 위하고 생각한다. 영화는 정확히 이런 이 두 아버지를 비교 대조하며 보여준다. 그러다가 이 가족은 또 다른 가족을 만나 죽을 고생을 시작한다.

또 다른 이 가족은 가만 보니 아버지가 없는듯하다. 한마디로 텍사스 전기톱 학살에 나오는 엽기 잔혹 가족이다. 어머니의 명령하에 아들들은 인간들을 납치, 강간, 사육, 심지어 맛있게 먹기까지 하나보다. 이해는 할 수 있다. 지금 세상이 세상 같지도 않은 코리안 세상 같긴 하니까. 이들이 등장한 이유는 지금 우리 주인공 가족을 시험에 들게 하기 위해서이다. 그럼 이제 그 시험의 결론은 어떻게 될까? 명령만 하던 병신같은 아버지는 더욱 병신같은 하지만 무서운 가족에게 도살장에 끌려온 돼지처럼 끝장이 나고 사려 깊은 새 아버지와 이토록 끔찍한 악몽을 탈주한다. 영화의 핵심이자 슈크림, 앙꼬인 자식-동생-딸은 죽을 고비를 넘기고 무사히 살아남아 엄마 품에 안긴다. 그렇다고 모든 것이 해결된 것은 아니다. 세상은 아직 이 모양 이 꼴이다. 이제부터 또 시작이다. 그들은 먹을 물을 찾아 다시 길을 떠난다.

나를 통해 영화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그렇다고 내 생각과 백 퍼센트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말하자면 영화의 결론 써머리 혹은 키포인트 혹은 밑줄 쫙.

1. 가족은 남자를 그러니까 아버지를 잘 만나야 한다.
2. 결손 가족은 엽기 잔혹 가족이 될 확률이 높다.
3. 그래도 어찌 되었든 가족은 필요하다. 유사-가족이라 할지라도.
4. 이 모든 것이 필요한 이유는 자식-인간의 미래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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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 Hell, 2011



작년 말쯤 끝내 살아남은 록, 메탈 앨범들 DEUT-DA


한동안 뜸했던 공락조스타일 신보. 앨범은 부지런히 빠짐없이 지속적으로 듣긴 했는데 소개는 하지 못한 것 같다. 작년 말쯤의 작품들에서부터 차근차근 시작한다. 물론 이 앨범들은 추리고 추린 그야말로 들을만한 앨범들이다. 이름하여 2011년 끝내 살아남은 록, 메탈 앨범들.



Backjumper - White, Black And The Lies Between (2011)

멜로디와 에너지, 전체적인 파이팅이 돋보이는 앨범. 이들 사운드의 근간은 스트레이트 한 하드코어이다. 그런데 이게 다면 나의 관심을 절대 끌지 못했겠지. 새로 와야 한다. 하드코어를 가지고 어떻게 하면 '감상적이지 않은' 멜로우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 라는 미션 임파서블에 가까운 임무를 아무런 거리낌 없이 단번에 해내고 있다. 생각해 보라. 감상적이지 않은 멜로우? 멜로우는 원래 멜랑콜리한 감상이다. 상상하기 쉽지 않다. 그렇다면 이 앨범을 들어보면 된다. 버릴 곡이 하나도 없는 심플 훌륭한 앨범.



Black Tusk - Set The Dial (2011)

내가 좋아하는 뉴 슬럿지 사운드를 그나마 만족하게 해주는 밴드. 그러나 이들에게 항상 아쉬운 점은 절반의 만족이었다는 점. 지금까지의 앨범들을 보면 눈과 귀가 확 뜨이는 트랙들이 있지만 뭐랄까 그냥 묻어가는 트랙들 역시도 분명히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 절반은 신나고 절반은 그들의 엄청난 실험정신(?)으로 인해 지루해서 졸린다는 말씀. 이것을 그들도 알고 있었는지 아니면 이제 돈 좀 벌어서 부모님 댁에 보일러를 놔 드려야겠다고 생각을 했는지 이번 앨범에서는 작정하고 신나는 트랙들을 만들어내기에 이른다.

우리 블랙 터스크가 이렇게 변했어요! 하고 말하는듯한 앨범. 인트로까지 포함해서 처음 3연타의 달콤함으로 놀라게 해주더니 이내 또 실험정신(?)으로 돌아간다. 어? 이러면 안 돼! 역시 이번에도 쓰게 말하면 묻어가기 달게 말하면 실험정신이 반을 차지하고 있지만, 확실히 전작들보다는 좋아졌다. 매번 앨범마다 감질나서 좀 그렇긴 하지만 계속 발전하고 노력하는 모습에 큰 점수를 주고 싶은 밴드, 앨범이다.



Chaos Beyond - Confessions Of A Twisted Mind (2011)

멜로딕 데스메탈인데 그런 멜데스 중에서도 개인적으로 나는 이런 사운드를 구사하는 밴드들을 물 흐르는듯한 메탈이라고 하고 싶다. 사실 이런 사운드는 굉장한 것이다. 뛰어난 연주력은 기본이고 그야말로 물 흐르는듯한 작곡능력까지도 겸비해야 한다. 게다가 더욱 어려운 밴드의 융합, 그러니까 뛰어난 연주력을 가진 악기 파트별 개개인이 물 흐르는듯한 빈틈없는 곡을 누구 하나 튀지 않게 그야말로 물 흐르는듯하게 맞춰 연주해야 한다는 것. 이렇게 완성된 어떤 물건은 굉장한 화학작용을 발휘한다. 뭐 기타가 뛰어나다. 드럼이 훌륭하다. 보컬이 끝내준다. 이런 말은 아예 할 수가 없다. 모든 것은 이미 일체가 되었다. 앨범 자체가 살아서 연주하고 노래하는 듯하다. 이 앨범이 그 증거품이다.



Coldrain - The Enemy Inside (2011)

쉽고 듣기 편한 모던록, 얼터너티브록 같긴 하지만 엄연히 포스트 하드코어의 정신을 가진 앨범이다. 이제는 어딘지 모르게 아이디어와 영감이 다 빠져나간 듯한 포스트 하드코어의 씬이긴 하지만 이렇게 좋은 앨범들은 계속 나오고 있다. 달달하게 끝내주는 멜로디가 앨범 전체를 휘감고 돈다. 그래서 어떤 트랙은 춤까지 추고 싶을 정도이다. 그렇다고 무대에서 옷 벗고 몸 파는 아이돌의 댄스음악이라고 오해하면 곤란하다. 달콤한 멜로디에 당신이 취하려는 순간 이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공격적이고 스트레이트 한 분노로 당신의 정신 나간 짱구를 한 방 먹일 것이다.



Mastodon - The Hunter (2011)

여전히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계속 모르는 하지만 어딘가에는 이미 난리가 난 밴드 마스토돈. 이들의 사운드 역시 뉴 슬럿지에 속한다. 그런데 이들은 이런 슬럿지를 가지고 한 번 더 꼬고 약한 숯불에 이리저리 더 바싹 구워본다. 그러니까 이들에게는 프로그레시브라는 수식어가 앞에 또 하나 더 붙어도 별 불만이 없는 밴드다. 그러니까 뭔가 두껍고 깊이가 있어 질리지는 않지만 조금 어렵고 지루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앨범은 이들만의 방식으로 조금이긴 하지만 좀 더 대중적으로 달달하게 조율한 앨범이다. 사운드는 전작들보다 약간 얌전해지고 좀 더 과거의 사운드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름다운(?) 멜로디는 부족하지만, 이들만의 인장을 확실히 찍으며 인상적인 감흥을 선사하는 트랙들은 적지 않게 넘친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너무 칭찬만 하면 그렇듯이 애 버린다) 이 앨범은 거의 걸작이다. 앨범 재킷을 봐라, 얼마나 멋진가!?



Maylene And The Sons of Disaster - IV (2011)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앨범 역시도 거의 걸작이다. 아니 벌써? 4번째나 된다. 이들은 없지 않아 특이하다. 뉴 스토너의 사운드를 구사하기는 하지만 엄청 따지고 들어가면 그 올드하고 올드한 서던락에 더 가깝다. 하지만, 서던락이 뿌리라고 해서 그 올드하고 올드한 아메리칸 깡촌 마초 사운드를 상상하면 심심하지 않게 혼난다. 그 올드하고 올드한 사운드를 가지고 메탈코어의 영역으로 진입하려고 엄청 노력한다. 그런데 또 이 메탈코어는 어딘지 모르게 멜로딕하고 달달하다. 달달한 메탈코어라니? 그것도 그 올드하고 올드한 서던락에 근간을 둔.

이런 이들의 참신함과 노력이 결실을 이루고 거의 절정에 다다랐다고 느껴지는 앨범이 바로 이 앨범이다. 시골 촌놈 같던 놈들이 어느새 메인스트림의 풍성하고 노련한 노래들보다 더 윤기가 좔좔 흐르는 사운드, 노래를 만들고 부르고 있다. 그냥 나는 이쯤에서 박수나 쳐주고 싶다. 앨범의 세 번째 트랙 'Faith Healer (Bring Me Down)'라는 곡은 거의 완벽한 감동이다. 몇 년 동안 나오지 않을듯한 끝내주는 송가다.



Planet Of Zeus - Macho Libre (2011)

앨범을 플레이 시키자마자 몸이 들썩들썩 된다. 나는 원래 무게 있고 진지하고 경솔한 사람이 절대 아니므로 이럴 리가 없지만 나도 모르게 막 이런다. 바로 이들의 사운드 때문이다. 이런 앨범들 덕분에 나는 요즘 즐겁다. 이름하여 뉴 스토너 사운드. 스토너 메탈. 앨범 타이틀에도 있듯이 애네들은 좀 귀엽다. 막 진짜남자(?) 흉내를 내며 씨알도 안 먹힐 개그를 한다. 사운드는 어떤가? 어딘지 모르게 아마추어 냄새가 스멀대며 단순하다면 굉장히 단순하다. 그래서 이들의 사운드를 듣고 있자면 신인 얼터너티브 밴드를 보는 기시감이 또 들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은 지금 스토너 사운드를 더욱 재미있고 대중적이며 간단하게 쉽게 해석하고 풀이하는 중일 뿐이다. 깔끔한 기타. 명쾌한 리프. 단순한 작곡.

뭐 마스토돈처럼 비비 꼬꼬 복잡하게만 한다고 해서 위대한 것은 네버 절대 아니다. 이토록 단순명쾌한 해법도 나쁘지 않다. 아니 귀에는 더 잘 쏙 들어온다. 'Leftovers'란 곡은 전성기 시절의 얼터너티브 밴드의 백만 불짜리 싱글을 듣는 느낌이다. 진심으로 고맙다는 인사를 전해주고 싶은 신선한 앨범이다.



Vampires Everywhere - Kiss The Sun Goodbye (2011)

와우! 놀라운 앨범이다. 이제는 그만 포스트 하드코어를 접을까 하던 차에 나는 신에게 계시를 받은 것이다. "길잃은 양아, 너무 성급하신 거 아닌가효??" 그렇다. 나는 너무 성급했던 것이다. 이런 앨범이 있는데 말이다.

뭐라고 말해야 할까? 젠장 이 앨범 브리핑 포스팅은 언제 해도 힘들다. 은근히 어딘지 모르게 힘들다. 처음엔 그래도 막 의욕적으로 쓰다가 끝이 보이지 않는 좋은 앨범들의 막바지에 다다르면 그냥 막 지친다. 그래서 자주 하고 싶어도 자주 해지지가 않는다. 또 이건 이런 걸 것이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사운드를 음악을 말로 풀이한다는 것이 한계가 명확하다. 내가 부족한 것이다. 참, 샜다. 어디까지 했지? 올해의 앨범이다. 아니, 지나갔으니 작년의 앨범인가? 아무튼, 좋은 앨범이다.



게이트 플라워즈 - Gate Flowers [EP] (2010)

젠장, 아직 안 끝났구나. 게이트 플라워즈! 이런 밴드가 있는지도 몰랐는데 TOP 밴드라는 방송 프로그램 덕분에 알고 반한 밴드이다. 여기는 이런 게 문제다. 어떤 고난과 핍박을 받더라도 그에 굴하지 않고 이렇게 피어나는 꽃을 그 어디에서도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냥 후진 문화국이다.

좋은 앨범이다. EP인데도 거의 감흥은 정규 앨범에 육박하는 희한한 앨범이다. 그런데 왜 빨리 정규 앨범은 또 나오지 않는 거냐고? 그냥 후진 문화국이다. 게이트 플라워즈에게는 이 한마디면 된다. 지금 현재 진행형으로 여기를 제외한 모든 곳의 록 메탈씬에서 미래의 희망으로 떠오르는 뉴 스토너+뉴 슬럿지 사운드를 하는 한국 밴드라는 점. 들어보면 알겠지만, 이들의 사운드는 국외의 그 어느 밴드 못지않다. 아니, 몇몇은 그냥 앉은 자리에서 발라버린다. 말하자면 우리 록 메탈 사운드의 미래라는 소리다.

어벤져스의 네 가지 문제 영화가 벽장




캡틴 아메리카와 토르의 숨겨진 진실을 파헤치며

문제 1. 포스트-슈퍼 히어로의 실종

대체 할리우드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생기고야 말았다. 짱구 힘들게 많이 갈 필요 없이 아주 조금만 가만히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자. 뭐가 보이는가? 바로 '다크 나이트'가 보이지 않는가? 그전에 '스파이더맨'도 있었고. 이름하여 미국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슈퍼 히어로 영화. 그럼 다시 가만히 이 영화들과 지금 어벤져스를 비교해보자. 뭐가 보이는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고? 성급해하지 마세요. 다시 자세히 보세요.

어벤져스에는 중요한 것이 통째로 쏙 빠져 있다. 처음에 너는 나쁜 쌍놈 나는 착한 양반 하며 정확히 5대5 가르마를 가르듯이 선과 악을 갈라놓고 유치한 정의-영웅 놀음을 하던 슈퍼 히어로 영화에서 어찌어찌 열심히 짱구를 굴린다. 그리하여 현실을 반영하고 좀 더 성숙해지는 지점에서 선과 악의 모호함, 선과 악은 종이 한 장 차이, 나는 진정한 슈퍼 히어로-정의인가? 또 다른 악에 불과할 뿐인가, 뭐 요렇게 골치 아프게 고뇌하는 포스트-슈퍼 히어로를 그야말로 힘들게 만들어내었다. 물론 이런 깊이 있는 히어로의 모습에 대중이 깊은 관심을 둔 것도 사실이다. 그러니까 슈퍼 히어로는 공중에서 바닥으로 세계 내로 한 발짝 더 다가오는 진보를 이룩한 것이다.

어벤져스는 어떠한가? 이런 게 있나?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애써 이토록 힘들게 쌓아올린 슈퍼 히어로물의 역사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돌연 초딩 모드로 돌변한다. 너 나쁜 놈 나 좋은 놈 우리 함께 미국을 구하자. 그러니까 이상한 놈(영화). 스파이더맨과 다크 나이트가 성취해놓은 것을 순식간에 허물며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는 말 하자면 시대착오적인 작품이다. 좋지 않은 영화다.

사실 이렇게 선전이 요란하고 예쁜 배우들이 등장해서 우리를 홀리면 속수무책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정신을 더욱 차려야 한다. 이렇게 홀린 상황에서는 보이는 것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이 영화에 대해 평이라고 쓴 것들을 보면 죄다 한결같다. 마치 영화를 본 모두가 뭔가에 의해 세뇌를 당한 듯이 앵무새처럼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다. 그러니까 이런 영화는 영화 리뷰라는 바닥에서도 재미없는 좋지 않은 영화다.

문제 2. 스토리와 컴퓨터 그래픽

스토리는 빈약하지만 액션(컴퓨터 그래픽), 유머 괜찮음. 요약하면 죄다 이런 이야기들뿐이다. 몇 단어 안 되지 않은가? 글마저도 재미없다. 스토리는 빈약한 거보다 빈약하지 않은 게 좋다. 그러므로 좋지 않은 영화다. 그러나 영화라는 게 스토리만으로 이루어진 것은 당연히 아니다. 이것은 영상이라는 것으로 비로소 구현된다. 영상이라고는 했지만, 이 영화의 중요 영상은 죄다 컴퓨터 그래픽의 액션 장면들이다. 간혹 아니 약간 길게 히어로들이 왔다갔다하거나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지루할 정도의 미학과 안일함으로 일관한다. 현실감을 선호하는 사실주의 영화는 더더욱 아니지 않은가. 당신은 영화를 본 이후 지금 액션장면 말고 무슨 장면이 생각이 나는가? 엄청난 컴퓨터 그래픽이 되었든 훌륭한 스턴트 액션 장면이 되었든 영상은 이야기가 전제되어야 한다. 이야기 없이 영상 없고 영상 없이 이야기 없다. 이것이 극영화의 핵심이다. 그러니까 이야기가 뻔하고 어디서 본 것이고 미리 예측 가능하다면 제아무리 놀랍고 신기한 장면의 연속이라 하더라도 하품을 참기가 어려운 것이다.

문제 3. 유머

그리고 유머. 이 영화의 유머 담당은 물론 아이언 맨 스타크다. 그가 하는 농담은 우리가 익히 아는 뻔한 것이다. 시니컬한 농담. 하지만, 원래의 영화 자체가 초딩 수준의 슈퍼 히어물이므로 이 시니컬함이 빛을 발할 수가 없다. 시니컬함은 어른들에게나 어울리는 것이다. 애들이 시니컬 해지는 순간 사춘기 인간으로 보이거나 투정으로 보이기 십상이다. 그래서 영화 속의 히어로들이 서로에게 툭툭 내뱉는 농담은 애들이 투정하는 모습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한마디로 하나도 웃기지 않는 낡은 유머코드라는 것이다. 진짜 유머는 이런 단발적인 대사에서 나오지 않는다. 전체적인 맥락과 맞아떨어져야 한다. 나는 이 영화 자체가 하나의 커다란 유머라고 생각한다. 결국의 이야기를 한번 보자. 지구를 정복하려는 말썽꾸러기 동생을 쫓아온 외계인 형이 몇몇 지구 슈퍼 영웅들과 함께 동생을 잡아 집으로 돌아가는 이야기. 이걸 돈 주고 보러오는 애-어른들. 웃기지 않는가? 아님 말고.

사실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그럴 수도 있는 어리광으로 봐줄 수 있는 수준이다. 재능이 그것밖에 안 되는데 뭘 어쩌라는 것인가. 정작 이걸 좋다고 보는 어른 관객들이 더 위험한 존재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 이런 초딩 영화를 만들어서 어떻게든 포장하고 현혹해 어른들을 보게 하는 미국 블록버스터의 가공할만한 힘에 감탄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문제 4. 진짜 문제

그러나 이런 것들보다 더욱 나쁜 것은 이 영화가 지금 말하는 숨겨진 명령들이다. 한마디로 이제는 무덤에 들어가 한 줌의 흙으로 변해서 형체도 찾아볼 수 없다고 생각하는 여러 보수주의 이데올로기를 다시금 설파하고 자빠져 있다는 데에 있다.

어벤져스 무리의 큰형님-아버지-할아버지-대장은 누구인가? 캡틴 아메리카다. 이름도 촌스럽고 근사하다. 미국 대장이란다. 2차 대전 당시 활약하던 히어로라고 한다. 당연히 지금 시점에 보수적이지 않으면 이상한 것이다. 그가 냉동되어 있다가 현재에 깨어난다. 이제 여러 히어로들을 불러 모으며 영화는 시작한다. 보수주의 상징이 현재에 부활하여 후손들을 집결시킨다. 여기서 더욱 교묘한 것은 이 캡틴 아메리카를 연기하는 연기자는 지금 여기 모인 배우 중 가장 나이가 어린 축에 속하는 배우라는 것이다. 뭐 슈퍼 히어로니까 젊은 모습 그대로 깨어나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그가 그의 본질만큼이나 외모도 헷갈리지 않게 늙은 할아버지로 그려졌다면 이건 불편함과 함께 단박에 알 수 있는 그것이 된다. 잘 모르게 그는 신세대와 같이 젊어야 한다.

그런데 당연히 속은 그럴 수 없다. 캡틴과 항상 부딪히는 인물은 그야말로 신세대 스타일인 아이언 맨이다. 처음엔 티격태격하더니 나중엔 캡틴의 명령을 군인처럼 따른다. 가공할만한 폭탄을 가슴에 꼭 안고 죽음을 무릅쓰고 우주로 날아가더라도 지구(지구라고는 했지만, 미국이 더 정확하다)를 꼭 지켜야 한다는 아버지-국가-군대-캡틴 아메리카의 명령.

게다가 더 이상한 것은 헐크다. 처음에 헐크는 헐크로 변신하면 애비 애미도 못 알아보는 인사불성의 괴물이 되어 같은 편인 까만 과부도 죽이려고 덤벼드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나중에 모든 아들이 모여서 아버지의 명령으로 미국을 지킬 때는 내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모든 말을 다 알아먹는다. 심지어 유머까지 작렬시킨다. 이게 어찌 된 일인가? 헐크는 덩치가 크고 화나면 굉장히 무섭기는 하지만 가만히 보고 있으면 아무것도 모르는 유아 같다. 여기서는 유아도 아버지의 말을 철석같이 믿고 따라야 한다. 없던 정신도 차리고. 정말로 무서운 아버지가 아닐 수 없다.

이게 다가 아니다. 비주얼로 보면 캡틴 아메리카보다 더더~욱 먼 시대인 고대의 사람이지만 어쨌든 외계인이라고 우기는 토르는 또 어떠한가? 토르는 동생을 잡아가려고, 혼내려고, 교화시키고 계몽시키려고 여기에 망치를 들고 나타난 것이다. 그리고 영화는 정확히 이 목적을 달성한다. 이제 동생은 유사 아버지-형에게 붙잡혀가 뒈지게 혼날 것이다. 역시 여기서도 토르는 가장 나이가 어린 배우에 속한다.

캡틴 아메리카와 토르 그리고 아버지의 명령. 그래서 내가 영화를 보는 내내 불편하고 짜증이 난 나 보다. 아니면 망가져서 뒤로 조금 넘어간 극장 의자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ps.

오해할까 봐 한마디. 나는 지금 온전히 영화 '어벤져스'만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당연히 모두 영화 내적인 이야기이다. 만화책을 보라고? 만화책을 보고 공부를 하라고? 그것도 미국 초딩 만화책의 역사를? 시간도 관심도 없는 내가 그걸 왜 하고 자빠져 있어야 할까? 그건 그걸 원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하면 된다. 더불어 그건 완전히 다른 관점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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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 The Avengers,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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