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락조 블로그
7.25. 공락조스타일 신보


Amorphis - Skyforger (2009)
As Cities Burn - Hell Or High Water (2009)
August Burns Red - Constellations (2009)
Discovery - Lp (2009)
Engineers - Three Fact Fader (2009)
Killswitch Engage - Killswitch Engage (2009)
Kissy Sell Out - Youth (2009)
Lights Action - Welcome To The New Cold World (2009)
Maylene & The Sons Of Disaster - Iii (2009)
Meese - Broadcast (2009)
Memphis May Fire - Sleepwalking (2009)
Sick Puppies - Tri-Polar (2009)
The Used - Artwork (2009)
Wild Beasts - Two Dancers (2009)
Stellastarr - Civilized (2009)


앨범들을 듣다가 문득 깨달은 것 하나. 좋은 앨범이란... 아주 간단하다. 적어도 두세 개의 놀랍거나 훌륭한 트랙이 있는 앨범. 물론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그러나 역시 이건 무척 어려운 무엇이다. 그럼 놀랍거나 훌륭한 트랙이란... 이것 역시 간단하다. 멜로디가 좋은 곡이다. 연주력이나 보컬의 능력 레코딩 상태, 기술 같은 것은 아주 나중의 문제다. 적어도 나에겐 별 중요하지 않다. 여기서 조금 더 나아가자면 사운드인데 이 사운드라는 개념은 좀 복합적이다. 위에서 말한 모든 것이 사운드라는 하나의 보이지는 않지만 느껴지는 그 무엇으로 형상화되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궁극적이고 묘미이다.

당연히 이 사운드라는 것은 멜로디가 좋은 트랙들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것이지만 또 꼭 그렇지는 않다. 별로인 트랙들이 이상하게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묘한 감흥을 만들어내는 사운드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이게 참 재미있는 지점인데 예를 들면 개개의 노래들은 별로라고 생각해도 나중에 연결된 혹은 완료되면 완료된 대로 혹은 완결되지 못한 것은 못한 것대로 감흥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이건 의도적일까? 어쩌다 걸린 우연일까? 누가 알겠는가? 어떤 이에게 놀라운 것은 어떤 이에게 놀라운 것이 또 아닐 수 있다. 바로 이런 것이 음악의 신비고 사운드의 위대함이다. 사운드는 유기체이자 언제나 항상 열려 있는 희망, 그것이다.

그러니까 우리 개개인은 하나의 멜로디다. 훌륭하다고 생각되는 멜로디도 있고 별로라고 생각되는 멜로디도 있다. 역시 처음엔, 언뜻 보기엔, 각각으로 존재할 땐 거기서 끝난다. 그러니까 우리는, 세상은 함께 사운드를 만들어내야 한다. 뭐 그렇다는 이야기. 그러나 말했듯이 또 이건 쉬운 일이 아니지. 결과적으로 사운드가 훌륭하다고 생각되는 앨범들은 그리 많지 않다. 모두에게 유명한 '라디오헤드' 정도가 있으려나. 그래도 어디야, 멜로디만 좋다는 게. 이래서 세상은 아름답고도 어려운가 보다.


Amorphis - Silver Bride




Wild Beasts - Hooting & Howling


by 공락조 | 2009/07/25 19:14 | DEUT-DA | 트랙백 | 덧글(0)
서태지 8집

서태지에 대해서 한번 살짝 이야기나 해볼까.

이번 앨범은 한마디로 "이건 뭥미?"다. 사실 서태지 혹은 서태지 음악의 처음 등장은 남조선이라는 이 작은 땅덩어리에서는 어지간히 새롭고 그래서 충격적이었나 보다. 그러나 세상은 그렇게 좁으면서 또 넓은 것. 그는 절대 새로운 무엇을 한 건 아니다. 적어도 음악, 앨범이라는 전 세계적 차원에서. 오히려 영.미 록.팝 음악에서 이미 벌써 다 해놓은 것 위에 자연스럽게 숟가락을 슬쩍 얻어놓았을 뿐이다. 그런데 언제나 항상 그렇듯 요상한 이 땅에서는 이런 것들이 뭐 대단한 발견.발명인양 호들갑들을 떤다. 이해한다. 호들갑 떨만하다. 그래서 당연히 여기는 문화 후진국 중의 후진국이다. 이건 인정해야 한다. 고작 서태지 같은 음악이 무슨 혁명이라도 되는 듯 그렇게 만들어지다니. 잠깐, 너무 오해하지는 마시길. 모두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전체가 그렇다는 것이다. 당신 개개인은 절대 문화 후진국 국민이 아니다. 그러나 여기는 그냥 문화 후진국이라는 소리다.

인정한다. 서태지가 아니었으면 어찌 그토록 자주, 흔하게, 칼라풀하게, 헤비메탈이라는, 지나가던 푸들도 웃을 말인-악마의 소음(?)이라는 음악을 티뷔에서, 길거리에서 들을 수 있었을까? 딱 그 정도의 혁명 아닌 혁명이었다. 낮잠 자던 치와와도 웃을 시추에이션이긴 하지만 여기서는 이런 것이 자연스러운 시추에이션이다. 그러니까 이런 건 정작 음악, 앨범과는 별 상관없는 이야기다. 그러니까 그건 그렇다 치고 그냥 앨범이라는 결과물만을 한번 보자.

이번 서태지 8집 앨범은 모든 한물간 뮤지션들이 으레 그렇듯이 이제 더이상 자신의 재능과 영감의 한계를 느끼고는 원래 에너지 넘치던 시절, 뭣도 모르고 까불던 그 시절의 그것으로 돌아가는 바로 그 수순을 밟는 앨범이다. 이것을 마치 긍정적으로 보는 이상한 사람들도 있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이게 가능하기라도 하단 말인가? 시간과 경험과 망가짐을 되돌릴 수는 없는 법. 처음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처음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소박한 희망일 뿐이지 처음으로 진짜 돌아갈 수는 없는 것이다. 악마에게 영혼을 담보로 어떤 대출을 받지 않는 이상.

여덟 곡 정도 담긴 이 앨범은 언뜻 보면 촘촘하게 농밀하게 치밀하게 짜인 사운드의 텍스처와 서태지 특유의 경쾌 발랄 유치한 멜로디가 보기 좋게 어울린 앨범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내 어떤 익숙한 기시감이 덮친다. 서태지 혹은 서태지와 아이들이라는 데뷔 앨범에서 재기 넘치던 곡들이 아닌 숨어 있던 이처럼 가요 같은 소녀 취향의 멜랑콜리한 발라드 트랙들을 그대로 카피하고 있다는 것. 물론 그때 그 곡의 순수한 아름다움을 뛰어넘지는 못한다. 그리고 남는 건 컴퓨터로 요란하고 두껍게 덧칠한 바로 그 사운드 텍스처의 페인팅 전략이다. 사라진 재능을 슬퍼하며 컴퓨터를 만지작거리며 자조하는 이런 게 미래의 음악? 그럴 수도 있다. 지금 여기서는. 뼈다귀를 열심히 뜯던 똥개가 썩소를 살짝 날리더라도.


ps.

우연히 등장한 강아지들에게 심심한 사죄의 말을 올린다. 너희를 무시하거나 만만하게 봐서 그런 건 절대 아니에요. 사실은 전 여러분을 무척 사랑한답니다. ^^*
by 공락조 | 2009/07/25 16:36 | DEUT-DA | 트랙백 | 덧글(27)
블러드, 더 라스트 레즈비언

낫 베드, 아니 오히려 무척 참신하고 의미심장한 영화라고 말하고 싶다. 언뜻 돌아가는 분위기로 봐서는 쫄딱 망한듯한데 그건 어쩔 수 없다. 어쩌면 예상된 것이다. 꼬레아는 물론이고 전 지구적으로 인류는 인류가 생각하는 만큼 그렇게 똑똑하지 못하다. 더불어 기대하는 것만큼 그렇게 상상력이 풍부한 것도 아니다. 그러니 원망과 오해는 천재와 예술가들의 숙명이다. 그러니까 바로 지금 이 영화, 그리고 이 영화에 대한 어떤 반응들만 보면 이런 거, 금방 느낄 수 있다.

언뜻 심심하게 영화를 보면, 전형적인 뱀파이어헌터 영화처럼 보인다. 그것도 어설픈 스토리에 표정없는 무뚝뚝한 얼굴을 하고서는 역시 말도 되지 않는 공허한 대사들을 지네들만 심각한 척 날리며 싸구려 외주 업체에 역시 무척 싼 가격으로 외주를 줘서 급하게 급조한 어설픈 컴퓨터 그래픽만이 보인다. 한마디로 유치 뽕짝 하품 날리는 영화처럼 말이다. 이건 어느 정도 맞는 말이다. 그런데 이게 다가 아니다. 이 영화는 역시 보이는 사람에게만 보이는 그 무언가, 역시 어두운 심연의 그 무언가가 감춰져 있다. 그게 또 중요하고.

영화를 보다 보면 요상하도록 이상한 느낌을 받을 것이다. 뭘까요? 남성들이 별로 나오지 않는다. 영화의 주인공은 물론이고 중요한 인물들은 죄다 여성들이다. 심지어 마지막 대결을 장식하는 바로 그 대마왕(?) 역시 여성이다. 간혹 몇몇 남성들이 등장은 하고 있지만 언제 나왔느냐는 듯이 바로 사라진다. 혹은 죄다 나쁜 놈들이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여성을 위한 여성영화다. 더불어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그 내러티브는 한 젊은 여성이 진정한 자아를 찾아 험난한 모험을 펼치는 내용이다. 그런데 요상하도록 이상한 점이 또 있다. 여기에서 그 진정한 자아는 다름 아닌 그녀가 레즈비언이라는 사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진정한 여성용 영화이면서 진정한 레즈비언 영화다.

딱 보면 알 수 있다. 어쩌면 고단수의 수법인데, 영화 전체가 의심의 여지 없이 뱀파이어 영화의 전형적인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건 그냥 일종의 맥거핀에 불과하다. 역시 요상하게도 배경은 하이브리드적이다. 시대는 70년대라는 전쟁의 시대로 거슬러 내려가고 일본 속의 미군기지라는 설정이지만 흡사 그 분위기는 SF영화에나 나올법한 무국적 공간 혹은 질퍽한 회색비가 끊임없이 내리는 악몽 같은 꿈속을 닮았다. 그 한가운데서 우울하게 등장하는 전지현은 뱀파이어를 잡으러 다니는 헌터다. 세라복만 입는다고 다 여고생이 되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전지현은 학생 흉내를 낸다. 학교에서도 그녀의 이런 어처구니없는 행동을 눈치챘는지 그녀에게 해고치를 하려고 한다. 이건 농담이고, 미국인 학교의 동양인으로 환기되는 그녀는 무언가 이질적인 존재다. 잠시 후 전지현을 고깝게 보던 날라리 같은 두 여학생을 가볍게 처치하고는 한 여자를 구한다. 그녀는 이 미군기지 사령관의 딸이다. 역시 여성이다. 더불어 그녀의 아버지가 군인이라는 설정과 바로 이곳 군대라는 곳에서 이야기가 처음 시작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그것은 남성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잘 변하지 않는, 어쩌면 절대 변하지 않을 것만 같은 답답 시리 한 그것이기 때문이다. 그 후로는 이제 일사천리 그 둘의 힘겨운 러브스토리가 본격적으로 불을 뿜는다.

아마 전지현은 자신의 그런 기질, 숙명, 운명을 어떡하든 거부하려고 하는 눈치다. 그런데 이런 건 감춘다고 감출 수 없는 법. 그녀는 그녀를 위해 그 많은 뱀파이어 무리와 싸우고 다치고 온갖 서커스 핵심단원 같은 묘기로 이 공포를 자르고 밴다. 그러다 또 다친다. 그리고 또 도망간다. 또 싸운다. 이렇게 이들의 애틋한 애정행각은 영화 전편에 이어진다. 감동적인 장면, 그녀들의 이런 아름다운 사랑에 방점을 무지막지 확 찍어버리는 장면이 있으니 그건 상처를 입은 전지현의 입에 그녀가 자신의 손을 베어 직접 그녀의 입속으로 블러드를 넣어주는 장면. 아, 아름답도다. 에로틱하도다. 그리고 이 장면 이상하게 또 길다.

그러다가 갑자기 전지현의 과거가 플래시백으로 잠시 보인다. 딱 보기에도 보수적이기 그지없을 것 같은 과거 일본의 어떤 촌구석. 역시 그녀는 그 누가 가르친 것처럼, 누구누구와 같이, 한동네 청년-남성을 사랑하는 전형적인 여성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지금까지 그토록 비현실적이고 우울하고 침침한 영화의 분위기와는 사뭇 대조적으로 여기는 콘트라스트가 무척 높다. 이게 현실인가? 저게 현실인가? 왜 이루어질 수 없는, 없어야만 하는 그것은 이토록 밝기만 한 것인가! 그래서 더 이상하다. 이제 그녀의 진정한 본질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뭐, 뱀파이어의 피를 가지고 태어났단다. 역시 뱀파이어는 그냥 은유적으로 맥거핀으로 기능 하는 것이니까 그녀는 불결한 피를 가진 것이다. 그 피의 본질은 그녀가 정상적(?)이지 않은 레즈비언이라는 사실. 이 상징의 확실한 방점으로 그녀는 자신의 남친을 죽여버린다. 이제 남자는 필요없는 것이다.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세상과 모든 편견에 맞서 싸움을 시작해야 한다. 물론 그 장애물들은 뱀파이어라고 불린다.

그 끝은 이제 여자 뱀파이어 대마왕과의 대결이다. 그런데 카리스마 절절 넘치고 주는 거 없이 대단해 보이는 이 대마왕은 전지현을 앞에 두고 마치 스타워즈의 다스 베이더가 바로 그 다스 베이더 이게 하여준 불후의 명대사를 날린다. "내가 니 에미다!" 전지현은 자신의 어머니, 그러니까 자신의 핏줄, 그러니까 자기 자신과의 최후의 대결을 위해 지금까지 이토록 개고생 하며 달려왔던 것이다. 두둥! 가만, 그건 그렇고, 그럼 스타워즈는 어떤 한 게이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게이영화? 전지현은 혹은 어떤 뱀파이어헌터는 혹은 한 우울한 레즈비언은 힘겹게 자신을 괴롭혀왔던 그 무엇을 죽이고 어쨌든 살아남는다. 훌륭하고 아름다운 레즈비언 영화다.


블러드 Blood: The Last Vampire, 2009
by 공락조 | 2009/07/23 19:50 | 영화가 벽장 | 트랙백(1) | 덧글(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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