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재범의 빈잔 생각
주위에서 또 극성이다. 나는 가수다 보라고. 나와 비슷한 취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서, 그래도 알만한 사람들인 것 같은데 어찌 이리 호들갑들을 떠는지, 이번에 임재범이 부른 노래는 꼭 한번 듣고 보고 해야 한다고. 항상 하던 나의 생각이지만, 이런 바보 같은 코리아 예능 프로그램을 그토록 귀중한 시간을 궤멸시켜가며 억지로 보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기 때문이다. 꽉 막힌 내가 문제가 아니라 예전에 매번 배신당한 상당히 믿을만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하는 소리다. 말이 나와서 하는 소리지만 공중파 예능이 광고수입 때문에 시청률에 목숨 거는 것 아닌가? 다른 무언가가 또 있나? 연예인들 먹여 살려주려고? 에이, 농담도 잘하셔. 자칫 잘못 조금만 시청률 떨어지면 가차없이 잘라버리던데? 우매한 국민에게 최신의 교양과 유머 감각을 함양시켜주기 위해? 이건 정말 농담 같다. 무료함에 지친 심심함에 쩔은 국민에게 그나마 즐거움을 주려고? 이건 이제 한계가 분명한(우물안의 깨구락지로 만들어버리는) 티브이가 하지 않아도 된다. 다른 곳에 많이 널려 있다. 그러니까 남는 건 이윤뿐이다. 누군가 이윤을 추구한다면 자신도 역시 이윤을 추구해야 한다. 항상 당하기만 하는 바보는 되지 말아야 한다. 쪽팔리다.
뭔소리지? 아! 아무튼, 그러고 자빠져 있었는데 성화에 못 이겨 인터넷을 봤더니 또 난리다. 이거 단단히 뭔가에 이용당하는 것 아닌지 몰라… 하다가 에라, 선심 쓴다. 그래서 나는 가수다를 봤다는 소리.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 충격먹었다. 한국 예능프로그램 보다가 충격먹은 적 처음이다. 한번 있었나? 충격은 아니지만 뭔가 굉장히 재미났었던 사건이 예전에 하나 있었지. 누군가 생방송으로 노래 부르다가 아랫도리 홀랑 벗어젖힌 사건. 거의 여중고생으로 구성되어 꺄악꺄악 소리지르고 있었던 방청석에서는 순간 묘한 정적이 감돌고… 그 멀리서 그게 보였나? 아무튼, 그때 이후로 딱 두 번째다. 두 번째로 놀랐다.
놀란 이유는 두말할 것 없이 임재범 덕분이다. 과거 무슨 록 내지는 헤비메탈을 했다는 둥 하는 소문은 들었지만 내게는 한국 뽕짝 록(?) 발라드를 부르는 무수히 많은 인간 중에 한 명이었을 뿐이다. 참고로 요즘 예능으로 부활하는 부활 역시도 여기에 속한다. 그랬던 그가! 어디서 뭐하다가 뭘 먹고 살았는지! 며칠 전 그것도 공중파 티브이에서 정체도 모를 새로운 록 메탈을 불렀다. 그건 지금 전 세계 최신 록 메탈 씬에서조차도 새로워서 몰라… 뭐야… 이거… 무서워… 하는 뉴 블랙/둠/슬럿지 록 메탈을 하고 있었다는 충격(?)적인 모습이었다.
아… 지금 내가 내 두 눈으로 코리아 티브이에서 블랙/둠/슬럿지 사운드를 보고 듣고 있다니 믿기 어려웠다. 방송이고 경연이고 하니까 조금 아쉬운 점도 있지만 거의 완벽한 곡이자 노래였다. 임재범의 빈잔. 거기다가 코리안들만이 알아들을 수 있다는 한글 가사로 그것도 익숙한 트롯 뽕짝의 잘 알려진 가사를 이런 최신 사운드에 곁들여 듣고 있다니. 그냥 이건 혁명이고 놀라움이다. 엠비씨는 이걸 알까? 그러니까 자신들이 지금 정확히 무엇을 하고 있는지 말이다. 임재범이 칼을 갈고 갈아 꺼내놓은 것이기는 하나 어찌 되었든 엠비씨가 해버린 일이 된다. 당신들 알고 했는지 모르고 했는지, 알고 있었다면 왜 진작에 하지 않았는지, 그래서 모르고 한 것에 많이 쏠리긴 하지만, 지금 아주 잘하는 것이다. 블랙/둠/슬럿지/록/메탈 뭐 이런 게 지금 뛰어나다고 말하는 게 아니라 좀 더 다양한 무언가를 숨김없이 보여주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바로 그 기본 중의 기본인 것을 말하는 것이다. 너무 오래 걸렸다. 하지만, 지금부터다.
그리고 참고로 이소라, 소라 누님은 이런 라디오헤드 같은 음악 할 줄 진작에 알고 있었다. 그녀의 진짜 명반, 이번 것 말고 바로 전인 제목이 없는 트랙들이 즐비하게 늘어선 앨범 있지 않은가? 거기서 이미 모든 걸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나는 소라 누님이 라디오헤드에 흠뻑 심취한 줄 알고 있었다. 아마 이거 사실일걸? 어떤가? 졸린 발라드보다 훨씬 낫지 않은가! 그래서 지금 사람들이 엄지손가락을 그토록 바쁘게 움직이는 것이기도 하겠고. 이것 역시도 놀랍다면 놀라운 사실이다.
나는 가수다를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는 사실
다른 건 몰라도 나는 가수다를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는 사실은 바로 이렇듯 록, 메탈 음악의 부활이다. 바로 이것이다. 내가 록, 메탈 음악을 좋아해서 무슨 억지를 부리는 게 아니다. 보라, 모두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 작품들이 록, 메탈들이지 않은가? 윤도현 그리고 그의 밴드, 개인적으로 아직도 여전히 촌스럽다고 느끼긴 하지만(이번 임재범의 록과 윤도현의 지금까지 록을 한번 비교해보라) 그래도 나는 가수다에서 승승장구하고 있지 않은가. 록, 메탈을 듣지 않았던 사람들, 지금까지 왜 그랬을까요? 알고 보니 록, 메탈이 참 좋은 음악이었다는 사실이다. 나는 가수다 뿐만 아니다. 위대한 탄생에서 그들이 가장 자주 무대에 가지고 나와서 부르는 노래들은 또 어떤가? 록 사운드 아닌가? 그렇다면 왜 우리는 오디션이라는 인재를 뽑는 자리에서 이런 음악들을 가지고 인재들을 시험에 들게 하는 것인가?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록 메탈이 최고이기 때문이다.
이거 좀 이상한가? 써놓고 보니 무슨 록, 메탈 찬양하는 요상한 글로 보일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당신들의 의견을 모두 모두 수렴해서 이렇게 정리해보자. 록, 메탈이 이제는 방송에서도 자주 비춰줘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너무 했다. 이토록 사람들이 원하고 좋아하는데 그럼 왜 지금까지 그렇게 하지 못한, 안 한 것일까? 그건 이수만 때문이 아닐까??? 아니면 이수만 이전에 그 어떤 선배라던가? 그들과 그들의 뒤에 있는 맨들이(또 이거… 음모론으로 빠진다)… 오로지 이윤만을 위해… 한국의 문화와 예술가들은 걸레가 되든지 말든지… 자신들의 배만 채우고… 그래서 지금 임재범도 놀랍지만 이런 놀라운 임재범을 보여준 황당한 엠비씨가, 한국 공중파방송이 지금 잘하는 것이다. 대중들이 열광하고 좋아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분명히 있는 법이다. 대중이 뭐 바보야? 다 알고 있다. 그러니까 계속 쭉 이러도록 엠비씨. 한국 공중파방송. 혁명과 진보는 그렇게 오기도 한다. 자신도 모르게. 좌~연스럽게.
노파심에서 한마디 더. 쭉 봤는데 나는 가수다란 프로그램, 왜 이렇게 경직되었는지 모르겠다. 서바이벌이니까 긴장, 초조, 근심, 떨림, 뭐 이런 거 이해는 하고 또 필수요소이긴 한데 이건 근본이 예능프로그램 아닌가? 여유가 없다. 유머가 없다. 뭐가 그리 무섭나? 떨어지면 누가 삼족을 멸하나? 이래서 지금 코리아가 유머가 없는 나라, 유머가 없는 삭막한 문화가 되어가는 것이다. 모두 좋아하는 미쿡 영화 보면 죽을 상황이 닥쳐도 한마디 농담들은 꼭 잊지 않고 챙기지 않던가? 그리고 그러라고 있는 개그맨들은 왜 덩달아 덜덜 떨고 난리들인가? 지금 출연료는 다 챙기는 걸로 알고 있는데(당연한 거겠죠?) 여유와 유머를 보여주지 않는다면 이건 직무유기지. 암. 잘되라고 하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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