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락조 블로그


지옥에서 보낸 한철 공락조 띠오리


공락조 회심의 역작
작품 제목 : 천국은, 계약자 외 주차 시 견인 조치함!





산다는 건 무얼까?
또, 살지 않는다는 건 또, 무얼까?
또 또, 살다가 살지 않다가 뭐 또, 어쩔 수 없이 살게 되는 건 또, 무얼까?
그건 그렇고, 이렇게 주둥아리와 손모가지를 놀리며 장난질하는 건 또, 무얼까?
무엇을 위해, 무엇 때문에, 무엇이 나를 잡아당기고 놓아버리는 걸까?
내가 알면 이러고 헤매고 있나? 그렇다고 다른 누구는 또 알까?

나의 천재적인 머리로 성급히 결론을 내리자면, 어찌 됐든 뭔가 결론이 나와야 답답하지 라도 않지, 그렇지, 그런 거야. 그러니까 답이라던가 결론이라던가 그런 건 애당초 없는 거야. 물론 이건 누구나 알고 있다고 생각해. 뭐랄까요? 그냥 인생은 그거 하나가 가장 알흠다운 이유입니다. 그게 뭐냐고요? 그건 심심함, 무료함입니다. 심심해서 절망하고 죽고, 심심해서 다시 살고 일어나는 것이죠. 뭐 다른 게 있을까 싶어요. 아, 인간 참 더럽게 단순하다. 심심함이라니...

그래요, 너무 깊게 크게 멀게 생각하면 멀쩡한 자신의 가랑이만 찢어져요. 그 아래 그 위에 그 속에는 정말 아무것도 없어요. 망연자실 멍하니 바라보면 바로 그 심심함만이 영롱하게 빛날 거예요. 적잖이 허탈하죠. 그런 거죠.

이번 해는 나 자신에게 정말로 스펙타클한 한 해였다. 말 그대로 지옥에서 보낸 한철이었다. 천국과 지옥을 발바닥에 땀띠 나도록 왕복하는 행운을 저 위의 누군가가 나에게 선물로 주셨다. 아, 천국과 지옥.

확실한 건 천국에 도착하고 나서야 비로소 지옥의 참 맛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당연하게도 지옥을 경험하고 나서야 다시 천국의 맛을 볼 수도 있겠지. 그럴까? 과연 그럴까? 소박하게 바래본다. 그랬으면 좋겠어요. 음…. 이렇게 주절거리고 나니 뭐 또 어여쁜 시인이 된듯한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이미 지옥 코스를 완주하고 나온 이상 더는 그런 말랑한 생각은 나는 들지 않는다.

시인? 웃기지 말고, 책? 될 수 있으면 읽지 말고, 철학? 개인차이가 있겠지만 심심할 때 더 재미있는 것 많다. 철학 역시 심심해서 하는 일종의 게임이다. 물론 대부분은 이 게임을 별로 재미있어하지 않는다. 글 잘 쓰기? 이건 또 무슨 커미디? 그냥 재미있게 쓰면 된다. 그러면 이제 남은 건? 돈? 뭐랄까,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이건 조큼 중요하다. 그렇다고 그렇게 대단한 건 아니다. 돈은 나 자신이 아닌 다른 이에게 의미의 연결고리를 걸어줄 때 조큼 중요해지는 것 같다. 뭐 그렇다는 이야기. 그래, 가능하다면 조금 더 즐거워지는 거다.

7.25. 공락조스타일 신보 DEUT-DA



Amorphis - Skyforger (2009)
As Cities Burn - Hell Or High Water (2009)
August Burns Red - Constellations (2009)
Discovery - Lp (2009)
Engineers - Three Fact Fader (2009)
Killswitch Engage - Killswitch Engage (2009)
Kissy Sell Out - Youth (2009)
Lights Action - Welcome To The New Cold World (2009)
Maylene & The Sons Of Disaster - Iii (2009)
Meese - Broadcast (2009)
Memphis May Fire - Sleepwalking (2009)
Sick Puppies - Tri-Polar (2009)
The Used - Artwork (2009)
Wild Beasts - Two Dancers (2009)
Stellastarr - Civilized (2009)


앨범들을 듣다가 문득 깨달은 것 하나. 좋은 앨범이란... 아주 간단하다. 적어도 두세 개의 놀랍거나 훌륭한 트랙이 있는 앨범. 물론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그러나 역시 이건 무척 어려운 무엇이다. 그럼 놀랍거나 훌륭한 트랙이란... 이것 역시 간단하다. 멜로디가 좋은 곡이다. 연주력이나 보컬의 능력 레코딩 상태, 기술 같은 것은 아주 나중의 문제다. 적어도 나에겐 별 중요하지 않다. 여기서 조금 더 나아가자면 사운드인데 이 사운드라는 개념은 좀 복합적이다. 위에서 말한 모든 것이 사운드라는 하나의 보이지는 않지만 느껴지는 그 무엇으로 형상화되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궁극적이고 묘미이다.

당연히 이 사운드라는 것은 멜로디가 좋은 트랙들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것이지만 또 꼭 그렇지는 않다. 별로인 트랙들이 이상하게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묘한 감흥을 만들어내는 사운드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이게 참 재미있는 지점인데 예를 들면 개개의 노래들은 별로라고 생각해도 나중에 연결된 혹은 완료되면 완료된 대로 혹은 완결되지 못한 것은 못한 것대로 감흥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이건 의도적일까? 어쩌다 걸린 우연일까? 누가 알겠는가? 어떤 이에게 놀라운 것은 어떤 이에게 놀라운 것이 또 아닐 수 있다. 바로 이런 것이 음악의 신비고 사운드의 위대함이다. 사운드는 유기체이자 언제나 항상 열려 있는 희망, 그것이다.

그러니까 우리 개개인은 하나의 멜로디다. 훌륭하다고 생각되는 멜로디도 있고 별로라고 생각되는 멜로디도 있다. 역시 처음엔, 언뜻 보기엔, 각각으로 존재할 땐 거기서 끝난다. 그러니까 우리는, 세상은 함께 사운드를 만들어내야 한다. 뭐 그렇다는 이야기. 그러나 말했듯이 또 이건 쉬운 일이 아니지. 결과적으로 사운드가 훌륭하다고 생각되는 앨범들은 그리 많지 않다. 모두에게 유명한 '라디오헤드' 정도가 있으려나. 그래도 어디야, 멜로디만 좋다는 게. 이래서 세상은 아름답고도 어려운가 보다.


Amorphis - Silver Bride




Wild Beasts - Hooting & Howling



서태지 8집 DEUT-DA


서태지에 대해서 한번 살짝 이야기나 해볼까.

이번 앨범은 한마디로 "이건 뭥미?"다. 사실 서태지 혹은 서태지 음악의 처음 등장은 남조선이라는 이 작은 땅덩어리에서는 어지간히 새롭고 그래서 충격적이었나 보다. 그러나 세상은 그렇게 좁으면서 또 넓은 것. 그는 절대 새로운 무엇을 한 건 아니다. 적어도 음악, 앨범이라는 전 세계적 차원에서. 오히려 영.미 록.팝 음악에서 이미 벌써 다 해놓은 것 위에 자연스럽게 숟가락을 슬쩍 얻어놓았을 뿐이다. 그런데 언제나 항상 그렇듯 요상한 이 땅에서는 이런 것들이 뭐 대단한 발견.발명인양 호들갑들을 떤다. 이해한다. 호들갑 떨만하다. 그래서 당연히 여기는 문화 후진국 중의 후진국이다. 이건 인정해야 한다. 고작 서태지 같은 음악이 무슨 혁명이라도 되는 듯 그렇게 만들어지다니. 잠깐, 너무 오해하지는 마시길. 모두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전체가 그렇다는 것이다. 당신 개개인은 절대 문화 후진국 국민이 아니다. 그러나 여기는 그냥 문화 후진국이라는 소리다.

인정한다. 서태지가 아니었으면 어찌 그토록 자주, 흔하게, 칼라풀하게, 헤비메탈이라는, 지나가던 푸들도 웃을 말인-악마의 소음(?)이라는 음악을 티뷔에서, 길거리에서 들을 수 있었을까? 딱 그 정도의 혁명 아닌 혁명이었다. 낮잠 자던 치와와도 웃을 시추에이션이긴 하지만 여기서는 이런 것이 자연스러운 시추에이션이다. 그러니까 이런 건 정작 음악, 앨범과는 별 상관없는 이야기다. 그러니까 그건 그렇다 치고 그냥 앨범이라는 결과물만을 한번 보자.

이번 서태지 8집 앨범은 모든 한물간 뮤지션들이 으레 그렇듯이 이제 더이상 자신의 재능과 영감의 한계를 느끼고는 원래 에너지 넘치던 시절, 뭣도 모르고 까불던 그 시절의 그것으로 돌아가는 바로 그 수순을 밟는 앨범이다. 이것을 마치 긍정적으로 보는 이상한 사람들도 있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이게 가능하기라도 하단 말인가? 시간과 경험과 망가짐을 되돌릴 수는 없는 법. 처음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처음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소박한 희망일 뿐이지 처음으로 진짜 돌아갈 수는 없는 것이다. 악마에게 영혼을 담보로 어떤 대출을 받지 않는 이상.

여덟 곡 정도 담긴 이 앨범은 언뜻 보면 촘촘하게 농밀하게 치밀하게 짜인 사운드의 텍스처와 서태지 특유의 경쾌 발랄 유치한 멜로디가 보기 좋게 어울린 앨범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내 어떤 익숙한 기시감이 덮친다. 서태지 혹은 서태지와 아이들이라는 데뷔 앨범에서 재기 넘치던 곡들이 아닌 숨어 있던 이처럼 가요 같은 소녀 취향의 멜랑콜리한 발라드 트랙들을 그대로 카피하고 있다는 것. 물론 그때 그 곡의 순수한 아름다움을 뛰어넘지는 못한다. 그리고 남는 건 컴퓨터로 요란하고 두껍게 덧칠한 바로 그 사운드 텍스처의 페인팅 전략이다. 사라진 재능을 슬퍼하며 컴퓨터를 만지작거리며 자조하는 이런 게 미래의 음악? 그럴 수도 있다. 지금 여기서는. 뼈다귀를 열심히 뜯던 똥개가 썩소를 살짝 날리더라도.


ps.

우연히 등장한 강아지들에게 심심한 사죄의 말을 올린다. 너희를 무시하거나 만만하게 봐서 그런 건 절대 아니에요. 사실은 전 여러분을 무척 사랑한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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